
11월 중순 어느 수요일, 옆자리 동료가 말없이 가늘고 빨간 상자 하나를 책상에 올려놓고 지나갑니다. 점심때쯤이면 네 개로 늘어 있습니다. 아무도 미리 알려 주지 않는데, 한국 사람에게는 설명할 것도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최종 업데이트: 2026년 10월 12일 (KST)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2026년 빼빼로데이는 11월 11일 수요일입니다. 공휴일이 아니라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고, 숫자 1을 닮은 초콜릿 비스킷 스틱 빼빼로 네 개를 세우면 11/11이 된다는 데서 왔습니다. 친구, 연인, 같은 반 친구, 직장 동료에게 한 상자씩 건네는데, 편의점 어디서나 한 상자에 2,000원(약 1.40달러)입니다. 같이 앉는 사람들 몫으로 몇 개 사 가고, 받으면 고맙다고 말하면 그걸로 할 일은 다 한 겁니다.
빼빼로데이는 어디서 시작됐나
롯데가 초코 빼빼로를 내놓은 것은 1983년입니다. 기념일은 그 뒤에 생겼고, 롯데웰푸드 스스로도 "회사가 만든 문화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1990년대 초중반 부산과 경남 지역 여학생들이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며 11월 11일에 빼빼로를 주고받은 것이 시작입니다. 정확한 연도는 출처마다 다릅니다. 연합뉴스는 1996년 11월 13일에 이 풍습을 보도했고, 롯데는 1997년부터 마케팅에 넣었습니다.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지금은 빼빼로 연간 매출의 절반가량이 9월부터 11월 시즌에 나오고, 2024년 브랜드 매출은 2,152억원(약 1억 5,400만 달러)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소매 매출 1,456억원(약 1억 400만 달러)으로 새우깡을 제치고 마트와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가 됐습니다.
같은 날짜에 겹치는 것이 셋 더 있습니다.
- 농업인의 날 1996년부터 국가 기념일입니다. 흙 토(土) 자를 십(十)과 일(一)로 풀면 11/11이 됩니다.
- 가래떡데이 농림축산식품부가 2006년부터 빼빼로 대신 우리 가래떡을 밀고 있습니다. 초콜릿 옆에 가래떡 세트가 같이 놓입니다.
- 광군제 중국의 11.11 쇼핑 행사로, 이제는 알리익스프레스와 11번가가 한국에서도 엽니다. 11월의 쇼핑 쪽 이야기는 저희 Black Friday in Korea 가이드에서 다룹니다.
당일에 실제로 벌어지는 일
멈추는 것은 없습니다. 회사도 학교도 평소대로 돌아가고, 빼빼로데이가 쉬는 날이었던 적은 없습니다. 다만 하루 종일 작은 선물이 오갑니다.
직장에서
가장 흔한 모습은 동료 한 명이 상자를 여러 개 사 와서 팀원 책상마다 하나씩 올려 두는 것입니다. 팀장이 층 전체에 돌리기도 합니다. 선물은 거의 언제나 2,000원짜리 기본 상자이고, 그 이상은 아무도 기대하지 않습니다. 직장인을 상대로 한 큰 조사는 사람인의 2010년 것이 마지막이라 오래됐지만, 수치는 지금 풍경과 여전히 맞습니다. 직장인 3분의 1가량이 무언가를 줄 계획이었고, 예산은 총 18,700원(약 13달러) 안팎이었으며,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은 상사였습니다. 2018년 조사에서는 직장인 열 명 중 여덟 명이 동료에게 "데이" 선물을 준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함정이 있다면 과하게 하는 쪽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스틱 상자를 받는데 팀장에게만 고급 초콜릿 세트를 건네는 사람은 한국 직장 칼럼의 오랜 놀림감입니다. 똑같은 것으로 맞추세요.
학교와 대학에서
이 기념일이 가장 살아 있는 곳입니다. 학생들은 친구끼리 상자를 주고받고, 스프링클을 뿌려 직접 꾸미고, 좋아하는 반 친구에게 건넵니다. 교사라면 서랍이 빼빼로로 가득 찰 것을 각오하고, 여러분 나라에도 이런 날이 있느냐는 질문도 받을 겁니다. 시험철이라는 점도 한몫합니다. 2026년 수능은 빼빼로데이 여드레 뒤인 11월 19일 목요일이라, 매장들은 수험생 응원 선물로도 빼빼로를 내세웁니다. 그날 도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저희 Suneung Day 가이드에서 설명합니다.
연인과 친구 사이
연인들은 작은 밸런타인데이처럼 보냅니다. 인형이나 캐릭터 굿즈가 든 기획 세트가 기본 업그레이드이고, 한 상자보다 더 쓰는 것이 자연스러운 때는 이 경우뿐입니다.

💡 TIP: 빼빼로는 주변 사람에게 주는 선물이라 평일 빼빼로데이가 주말보다 큽니다. 2024년 11월 11일 월요일 GS25 매출은 토요일이었던 전년보다 250퍼센트가량 높았습니다. 2026년은 수요일이니 사무실이 한창 북적일 겁니다.
가격과 살 곳
한 상자가 전부이고, 값도 쌉니다.
- 초코 빼빼로 54g 편의점에서 2,000원(약 1.40달러). 2025년 2월에 1,800원에서 올랐고 그 뒤로는 그대로입니다. 아몬드와 화이트 "누드" 버전도 값이 비슷합니다.
- 편의점 기획 세트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가 11월 초에 캐릭터 세트를 수백 종 내놓습니다. 2025년에는 GS25가 약 150종, 세븐일레븐이 116종, CU가 라이선스 상품 44종(그중 26종이 포켓몬)을 선보였습니다. 2026년 라인업은 11월 3일이나 4일쯤 나올 겁니다.
- 결제 할인 2025년에는 GS25가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GS페이 결제 시 빼빼로와 포키 2+2, 세븐일레븐이 카드 결제 2+2, CU가 앱에서 최대 60퍼센트 할인을 했습니다. 2026년 행사도 같은 체인들이 라인업과 함께 발표합니다.
- 포키 해태가 글리코의 일본 원조 제품을 한국에서 만들고, 11월 11일을 "스틱데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매대에 같은 값으로 놓여 있고, 어느 쪽을 주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 과자 말고도 2025년 다이소는 5,000원(약 3.60달러)짜리 빼빼로데이 에디션 스킨케어 세트를 팔았고,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테마관을 열었으며, 배민 B마트는 한정판을 들여놓았습니다. 다른 도시에 있는 사람에게 보낼 때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가장 편합니다.
편의점 체인들이 그 밖에 어떤 일을 하는지는 저희 한국 편의점 가이드를 보세요.
물량은 동납니다. 2025년 11월 11일을 앞둔 기간에 CU의 빼빼로 매출은 평소 주 대비 1,453퍼센트, GS25는 412퍼센트 늘었고 세븐일레븐은 5.5배였습니다. 당일 아침 말고 하루 이틀 전에 사 두세요.

첫 빼빼로데이를 위한 간단한 계획
① 전날 같은 팀 사람 수만큼 한 상자씩 사고 두어 개 여유를 둡니다. 여덟 명 팀이면 20,000원(약 14달러) 안팎입니다.
② 아침에 책상에 올려 두거나 출근하는 대로 건넵니다. "첫 빼빼로데이예요!" 같은 한 줄 메모를 붙이면 좋습니다.
③ 받았을 때 고맙다고 하고 먹거나 치워 두면 됩니다. 그 자리에서 답례하면 좋지만 꼭 할 필요는 없습니다.
④ 건너뛸 때 그래도 괜찮습니다. 2016년 조사에서 직장인 63퍼센트가 회사에서 챙길 필요가 없다고 답했고, 이 기념일에는 1990년대부터 "상술"이라는 비판이 따라다녔습니다. 몰라서 못 챙긴 신입을 눈여겨볼 사람은 없습니다.
⑤ 교사라면 반 전체 몫을 가져가거나 아예 가져가지 마세요. 일부에게만 주면 선물 값보다 더 큰 소동이 납니다.
롯데가 해외에 내보내려는 이유
한국 밖에서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이미 본 적이 있을지 모릅니다. 롯데웰푸드는 2020년부터 글로벌 빼빼로데이 캠페인을 해 왔고, 2025년 5월부터 스트레이 키즈를 앰배서더로 세워 2026년 4월에 계약을 연장했습니다. 2026년 캠페인은 9월 10일에 경복궁과 청계천에서 찍은 스트레이 키즈의 싱글 "November 11"로 문을 열었고, 학생용과 직장인용으로 나뉜 한국 광고 두 편은 엿새 만에 조회수 1,000만을 넘겼습니다. 2025년 캠페인은 35개 지역에서 열렸는데, 뉴욕 타임스스퀘어 페스티벌과 로스앤젤레스부터 마닐라까지 이어진 팝업, 약 1만 명이 탄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벤트 열차"가 있었습니다. 빼빼로 수출은 2025년 870억원(약 6,200만 달러)에 이르렀고, 롯데는 2026년에 1,000억원을 넘기려 합니다.
그러니 책상 위 상자는 한국 과자 회사 수출 계획의 최전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그 마음이 덜 따뜻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동료들이 왜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는지 설명해 줄 뿐입니다.
한국 사람들이 이런 "데이"를 계속 만들어 내는 데는 이유가 있고, 사무실에서 커피를 돌리는 이유와 같습니다. 작고 똑같고 부담 없는 행동으로 사람들은 서로가 한 무리임을 확인합니다. 11월 11일에는 2,000원짜리 상자 하나가 입장료입니다. 한 번 내 보면 이듬해에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빼빼로를 사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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